현대중공업 민계식 회장의 마라톤하는 모습
기업 CEO들

마라톤에서 불굴의 인내력을 배우다

8월 27, 2024 /

마라톤에서 불굴의 인내력을 배우다 현대중공업 민계식 회장

2002년 동아서울국제마라톤대회가 열리는 서울 광화문. 세계 유수의 마라토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검은 머리의 젊은이들 사이에 백발을 휘날리는 칠순의 노인 한 명이 눈에 띈다. 사실 백발만 아니었으면 주변 사람들과의 차이를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정정하다. 군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단단한 팔과 다리의 근육이 오랜 시간 운동을 해 왔음을 증명한다. 노인의 힘찬 발걸음에서 지친 기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프로 마라톤 선수일까? 아니다. 가슴에 ‘현대중공업’ 마크를 단 아마추어 마라토너 민계식. 현대중공업 소속 전문 마라토너도 아니고, 현대중공업 일개 사원도 아닌 회장이다. 잦은 해외 출장에, 대기업을 경영하려면 일분일초를 다투는 살인적인 스케줄에 시달릴 텐데 언제 이렇게 마라톤 실력을 쌓은 걸까?

어릴 때부터 민계식 회장의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든지 체력이 있어야 한다. 몸이 약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 무엇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격인 경성제국대학교 의학부에 다닐 때 학교 마라톤 선수를 했던 민계식 회장의 아버지는 체력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늘 아들에게 야외 활동과 운동을 권장했다. 이런 아버지의 영향으로 민계식 회장은 초등학교 때부터 등산과 달리기를 좋아하고,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중학생 때부터는 아예 산악반 선후배들과 체중보다 더 무거운 배낭을 지고 전국 각지의 산으로 등산을 다녔다. 여름에 태풍도 만나고 겨울에는 폭설을 만나 길을 잃기도 하고 조난을 당해 고생한 적도 많았다. 난데없이 길을 잃고, 식량이 떨어져 산과 들에서 채집한 음식을 먹고 아무데서나 잠을 자야 했다. 고등학교 때는 스키를 타기 시작했다. 레저로 즐기는 스키가 아니라 겨울철 한라산, 설악산 같이 눈 덮인 산을 올라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시작한 것이다.

민계식 회장은 청소년 시기에 겪기에는 다소 심하다 싶을 정도의 고생도 많이 했다. 하지만 민계식 회장은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하지 않느냐며 그 시기에 했던 고생이 성장하여 사회생활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말한다. 웬만한 고난쯤은 능히 이겨 내는 훈련을 그 시절에 이미 해 두었던 것이다.

 

‘나홀로’ 육상부를 만들다

민계식 회장은 등산도 좋아했지만 달리기를 더 좋아했다. 등산은 매일 할 수 없지만 달리기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학교에는 육상부가 없었다. 달리기가 너무 하고 싶었던 민계식 회장은 ‘나홀로’ 육상부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체육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달리기를 잘하는 친구들을 눈여겨보았다가 일일이 찾아다니며 가입을 권유하였다. 처음에는 “공부할 시간도 모자라는데, 웬 달리기냐?”라며 흘려듣던 친구들도, 민계식 회장의 열정에 감동하여 꽤 많은 부원이 모였다. 그런데 대부분의 친구들은 단거리 달리기만 좋아하여 장거리를 뛸 선수가 귀했다. 하는 수 없이 민계식 회장은 장거리와 단거리를 모두 뛰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장거리에 전념하게 되었다.

이렇게 민계식 회장은 어릴 때부터 중·고등학교 시절까지 등산이나 달리기와 같은 운동을 통해서 강건한 체력을 기를 수 있었다. 그리고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이기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인내하며 최선을 다하는 정신력과 공정하게 경쟁하는 품성을 몸에 익혔다. 리더의 덕목들을 운동을 통해 배운 것이다.

 

백발의 마라토너

민계식 회장은 달리기라면 누구에게도 져 본 적이 없었다. 대학생 때 출전한 9. 28 서울수복기념마라톤대회에서는 에티오피아의 마라톤 영웅 아베베와 함께 뛰어 7위의 좋은 성적을 거둘 정도의 실력이었다. 민계식 회장의 달리기 실력이 주목을 받으면서 국가 대표 제의를 받고 태릉선수촌에까지 들어갔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맞지 않아 1주일 만에 퇴소하면서 결국 프로 마라토너의 꿈은 접었다.

하지만 마라톤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틈만 나면 어디서든 달렸다. 규칙적으로 달리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달리기는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지금도 세계 어느 곳으로 출장을 가든 운동화와 운동복은 꼭 챙겨 간다.

회사에 있을 때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달리기를 한다. 처음 민계식 회장이 달리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직원들이 슬금슬금 피했다. 하지만 매일 거르지 않고 달리는 민계식 회장을 따라서 직원들이 한명 두 명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기를 하면 몸이 힘들고 지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몸이 가벼워지고, 업무 효율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건강까지 지켜준다는 사실이 사내에 알려지면서 이제는 직원들 스스로 ‘육상회’를 결성하였다. 지금은 많을 때는 몇 백 명이 함께 달릴 정도이다. 1년에 10~12회, 회사 직원들과 함께 각종 마라톤 경기에 참가하는 일은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민계식 회장은 백발이 성성한 칠순의 나이지만 300회 이상 풀코스를 완주할 만큼 강철 체력을 가지고 있다. 기초 체력을 필요로 하는 마라톤은 사회생활을 할 때 고난을 이겨 내고 열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체력을 갖게 해 준다. 마라톤으로 체력을 다진 덕분에 엄청난 양의 업무를 감당하고, 때때로 아침 6시에 출근해서 새벽 2시에 퇴근하는 살인적 업무 일정도 가능한 것이다.

민계식 회장은 달리기가 좋은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째, 신발과 운동복만 있으면 되는 경제적이고 서민적인 운동이다. 둘째, 모는 운동의 기초이고 가장 공정한 운동이다. 다른 운동과 달리 복잡한 규칙이 필요 없고 잘 달리기만 하면 된다. 셋째,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도움을 주는 가장 유익한 운동이다.

 

마라톤=경영=인생

마라톤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싸우며 한계를 극복하고 목표에 도달해야만 성공한다는 점에서 기업 경영과 흡사하다. 그래서 마라톤을 즐기는 CEO들도 많다. 민계식 회장은 마라톤에서 얻은 배움을 경영에 접목해서 대기업을 일군 대표적인 마라톤 경영인’ 이다.

민계식 회장은 “인생도 경영도 마라톤과 다를 것이 없다. 나는 마라톤을 하면서 인내력과 불굴의 정신을 배웠고 이를 회사 경영에 활용하고 있다.”고 늘 이야기한다.

오늘날 기업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 환경 속에서 무한 경쟁을 해야 한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과중한 업무를 감당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을 도와주는 것이 규칙적인 운동이다. 특히 42.195킬로미터를 달리는 마라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 목적지에 도달하는 인내의 경기이다. 이것은 기업 경영, 더 나아가서 인생살이와 비슷하다. 마라톤도 기업 경영도, 인생살이도 모두 많은 역경을 이겨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계식 회장은 청소년들에게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건강은 모든 능력이 구비된 상태를 말합니다. 그것은 ‘건강하지 않고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으며 자신과 가족 등 주위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 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위해서 인내심과 열정이 필요한데 이들을 뒷받침해 주는 것이 체력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건강을 위해, 성공적인 인생을 살기 위해서 운동은 절대로 필요합니다. 각자 자신의 적성에 맞는 운동을 택해 규칙적으로 한다면 우리가 기대하던 것 이상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참조 :  운동과 기업 CEO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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